대보름 추석이 다음 주로 다가왔습니다. 8월부터 다시 시작된 답답한 상황이 여전하지만, 1년 중 가장 좋은 날씨와 가장 좋은 바람과 가장 밝은 보름달까지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번 명절엔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못 가더라도 오색 송편 차려놓고 마음만은 넉넉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주간 증평>의 주제는 ‘마을 이야기’입니다.
‘뇌실마을’과 ‘외룡마을’의 이장님이, 그리고 ‘장이익어가는마을’의 장맛을 책임지고 있는 이씨 가문의 종손 며느리가 마을에 깃든 기억을 전해주고, 마을을 기억하는 기록을 소개합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한가위 명절을 잘 보내고 난 뒤 증평주민의 새로운 기억과 기록과 함께 <주간 증평> 6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제가 제일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문서는 어르신들한테 물려받은 ‘대동계 문서’ 입니다. 이 문서는 우리 마을에서 한 100년 이상 된 기록이에요. 우리 마을 저수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사실까지 모두 여기에 적혀있거든요. 우리 마을
어르신들 옛날 족보이기도 하고요. 언제 어떻게 사용했고, 우리 마을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록한 문서입니다. 근데 상태가 좀 나빠서 최근
한 10년, 20년 정도 된 것들만 마을에서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증평기록관에 보관하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증평기록관에서
이 문서에 적혀 있는 한자를 모두 한글로 번역해 주고, 안전한
시설에서 오랫동안 보존도 해줬으면 좋겠네요.
옛날 어르신들은 아마 기억하실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이게 뭐야’하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고요. 이게 말 그대로 변바가지, 좀 더 강하게 악센트를 넣으면
‘똥바가지’입니다. 지금은 화장실이 고급화장실로 되어 있어서 볼일을 잘 보지만 옛날에는 푸세식 화장실로 되어 있었잖아요. 거기서는 소변과 대변이 하나로
모여 있다 보니 버릴 데도 참 마땅치 않았어요. 푸세식 화장실 처리법 중 하나가
바로 농작물 비료였습니다. 그래서 이걸 저희들이 지게에다가 퍼가지고 밭으로
갔습니다. 밭에 심은 참깨와 고추 같은 작물에 비료를 줄 때 바로 이 똥바가지를
사용했던거죠. 저는 이 ‘똥바가지’를 최고의 기록으로 꼽겠습니다.
집안마다 장맛은 다 다릅니다. 장이익어가는마을에서 ‘같이 장을 책임지고
해봐라’ 라고 말씀하셔서 처음으로 ‘장맛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어요. 배씨,
이씨, 지씨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같이 장을 담구며 작업을 했습니다. 장맛은
만들 때마다 짤 때도 있고 싱거울 때도 있었어요. 집안마다 방법이 다르다 보니
맛이 똑같지는 않았던거죠. 그런데 이제 우리가 서로 각자 집안의 장이
‘어떤 맛이’ 라고 이야기 나누면서 기준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표준치를
만들어서 장맛을 통일시켰어요.
제가 제일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문서는 어르신들한테 물려받은 ‘대동계 문서’입니다. 이 문서는 우리 마을에서 한 100년 이상 된 기록이에요. 우리 마을 저수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사실까지 모두 여기에 적혀있거든요. 우리 마을 어르신들 옛날 족보이기도 하고요. 언제 어떻게 사용했고, 우리 마을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록한 문서입니다. 근데 상태가 좀 나빠서 최근 한 10년, 20년 정도 된 것들만 마을에서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증평기록관에 보관하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증평기록관에서 이 문서에 적혀 있는 한자를 모두 한글로 번역해 주고, 안전한 시설에서 오랫동안 보존도 해줬으면 좋겠네요.
증평민속체험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기록물은 두레복, 민복입니다. 민속문화라고 하면 양반 중심의 권위, 화려함, 고급스러움을 떠올리기 쉬운데, 저는 작고 평범한 민중들의 삶을 조명하고 싶습니다. 이 두레복은 소박하면서도 꾸밈없는 옷이기 때문에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대표적인 물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두레복은 직접 박물관에 오셔서 입어보실 수 있습니다. 또 박물관 앞에서 증평들노래축제가 열릴 때 두레복을 입고 같이 어울려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 축제는 직접 논에 들어가서 김매기 같은 농촌의 일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민속문화 콘텐츠입니다.
<주간 증평>
제5호
archivist’s talk
대보름 추석이 다음 주로 다가왔습니다.
8월부터 다시 시작된 답답한 상황이 여전하지만, 1년 중 가장 좋은 날씨와 가장 좋은 바람과 가장 밝은 보름달까지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번 명절엔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못 가더라도 오색 송편 차려놓고 마음만은 넉넉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주간 증평>의 주제는 ‘마을 이야기’입니다.
‘뇌실마을’과 ‘외룡마을’의 이장님이, 그리고 ‘장이익어가는마을’의 장맛을 책임지고 있는 이씨 가문의 종손 며느리가 마을에 깃든 기억을 전해주고, 마을을 기억하는 기록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뇌실마을’입니다. 뇌실마을에서 자라 도시로 나갔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최병옥 이장님은 “증평이 어머니의 품같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이장님이 뽑아 주신 뇌실마을의 대표 기록은 마을의 역사를 100년 넘게 기록해 온 ‘대동계 문서’입니다. 이 문서에는 뇌실저수지의 탄생에서부터 새마을운동의 역사까지 마을의 기억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외룡마을’입니다. 마을의 모양이 용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이 마을에는 400년을 넘게 살아 온 커다란 노거수가 있습니다. 6년 째 마을 이장으로 애쓰고 있는 유영창 님의 꿈은 “마을 이장 임기 동안 라일락 향기가 넘쳐나는 인심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장님의 기억 영상을 끝까지 보시면 외룡마을이 아직도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록물의 정체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장이익어가는마을’입니다. 증평의 고향 맛은 이씨, 지씨, 배씨 집안의 장맛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에서 된장맛을 책임지고 있는 박연자 님이 들려주는 장 담그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릴 적 외할머니가 차려주시던 추석날 시골밥상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박연자 님의 마을 대표 기록은 ‘큰 주걱’입니다. "메주 끓일 때 한 번씩 휘저을 수도 있고, 아이들이 두부만들기 체험할 때면 이걸로 저어야 두부가 잘 만들어진다"며 선택해 주셨습니다.
오늘의 증평극장은 ‘마을기록 수집’편입니다. 증평기록관과 이장님이, 그리고 박연자 님이 마을의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며 숨어 있는 다양한 기록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영상포스터는 ‘뇌실마을’의 저수지입니다. 뇌실저수지를 녹색으로 수놓은 연(蓮)과 흰색 뭉게구름을 품고 있는 푸른 색 하늘이 정겨운 마을 풍경을 자아냅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한가위 명절을 잘 보내고 난 뒤
증평주민의 새로운 기억과 기록과 함께 <주간 증평> 6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9월 25일 금요일
<주간 증평>